2014년 6월 26일 목요일

영적 광합성

텃밭 영성
몇 년 전부터 아파트 배란다에 조그마한 화단을 만들고 몇 가지 채소들을 심었습니다. 키우는 재미가 솔솔하여 이제 나이가 들어가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올 해는 게으름을 피우다가 사랑하는 형제로부터 몸에 좋다며 건네 준 신선초를 옮겨 심다보니 욕심을 내어 이것 저것 더 사다 심게 되었습니다. 노랑고추, 작은고추, 방울 토마도, 처음으로 가지도 심었습니다. 아침마다 굿모닝 인사를 하고 물을 줍니다. 몇 번씩 물을 나르며 흠뻑 적셔줄 때마다 송글 송글 물방울이 맺힌 잎사귀가 고맙다고 인사를 합니다. 어느덧 아침마다 또 저녁마다 나도 모르게 이 녀석들과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나이 든 것이 틀림없습니다. 동물은 기쁨을 주지만 식물은 감동을 줍니다하루가 지나고 나면 조금씩 자라 생명의 경건함마저 가르쳐주는 스승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속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같은 동 1층에 사는 인도 분들이 똑같은 채소를 심어 났는데 우리 집 녀석들과 왜 그렇게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하루가 지나면 무슨 정글에서 자라는 것처럼 쑥쑥 큽니다. 아내와 나는 그 녀석들이 연구 대상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출입할 때마다 그 녀석들이 눈에 거슬립니다. 종자가 다른 것도 아니고흙도 다른 것 같지 않습니다. 같은 홈디퍼에서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물은 내가 더 열심히 주는 것 같은데 너무 차이가 납니다. 1층 녀석들을 보고 배란다에 나가보면 우리 텃밭의 녀석들이 더 작아 보입니다. 연구와 고민을 하던 중 어느 날 중요한 차이점을 발견했습니다. 우리 배란다에는 햇볕이 잘 듣지 않습니다. 그저 바깥쪽에 있는 녀석들에게만 잠깐 햇볕이 들고 안쪽에 있는 녀석들은 간접적으로 햇볕을 받을 뿐입니다. 그런데 1 층 녀석들은 해가 뜨면서부터 질 때까지 완전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바로 광합성의 차이였습니다.

마음에 평안이 왔습니다. ‘배란다의 좋지 않은 텃밭 환경 속에서도 잘 자라주고 있는 거구나감사했습니다. 그 만큼이면 잘 자라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미안했습니다. 햇볕도 제대로 쏘여주지 못하면서 비교만 하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역시 스승입니다. 역시 비교의식은 감사를 질식시킵니다

다윗은 그의 시편에서 해는 그의 신방에서 나오는 신랑과 같고 그의 길을 달리기 기뻐하는 장사 같아서 하늘 이 끝에서 나와서 하늘 저 끝까지 운행함이여 그의 열기에서 피할 자가 없도다라고 노래했습니다. 이것은 다윗이 단지 해를 노래하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다음 구절에 여호와의 율법은 완전하여 영혼을 소성시키며라고 노래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어둠을 물리치고 온 세계에 뻗어 나가는 햇빛에 비유한 것입니다. 곧 하나님의 말씀이 각 영혼에게 비쳐질 때 그들이 살고 자라며 승리의 삶을 사는 것을 노래한 것입니다. 성도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의 빛을 제대로 쏘여주지 못하면서 자라지 않는다고 투덜대는 목사가 되지 말아야겠습니다. 어떻게든 말씀에 완전히 노출되는 공동체가 되도록 해야겠습니다. 생명의 말씀의 빛에 온전히 노출된 영적 광합성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만이 성도를 풍성히 살리는 목양의 가장 큰 기쁨이요 사명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