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29일 화요일

블러드 루트


Bloodroot
오랜 만에 화창한 봄 날씨에 아내와 함께 하이킹에 나섰습니다. 가끔 즐기는 코스인데 팝타스코 밸리에 있는 시내가 흐르는 아름다운 오솔길입니다. 오고 가는 분들과 인사를 나누며 새롭게 돋아나는 나뭇잎과 새싹들을 보면서 마음이 설레기도 했습니다.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는 어린시절 양평 문오리 외가댁 시냇가를 그립게 했습니다. 흔들다리를 건너 되돌아오는 길에 이름 모를 들꽃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누가 심은 것도 아닌데 아름답게 자태를 뽐내고 있었습니다. 그 중 가장 눈에 띈 꽃이 있습니다. 아홉개의 하얀 꽃잎과 노란 술이 조화를 이룬 깨끗하고 예쁜 꽃이었습니다. 줄기마다 하나씩 꽃받침 잎이 가지런히 놓여있습니다. 나도 모르게 사진을 찍어 저장을 하였습니다. 얼마 후 조국에서 너무나 슬픈 일이 벌어졌고 꽃다운 나이에 떠나간 조국의 아들과 딸들의 비보가 들렸습니다. 카톡대문에 이름은 모르지만 그들처럼 청순한 하얀 꽃으로 그들을 추모하고 싶었습니다.

며칠 후 오랜 만에 한 자매님으로 부터 놀라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카톡 사진을 보았다고 하면서 그 꽃 이름이 무엇인지 아냐고 물었습니다. 모른다고 했더니 블러드루트(Bloodroot)’라고 일러 주었습니다. 식물학을 전공한 자매라 너무 반가워하였습니다. 이 꽃은 봄에 잠깐 피고 지는데 뿌리가 붉고, 그 뿌리의 진액도 피처럼 붉다고 해서 이름이 그렇게 붙여졌다고 합니다. 이름을 알고 보니 더욱 감동이 왔습니다. 고난 주간에 조국의 아들, 딸들의 비보를 들으면서 마음이 힘들었는데 잔잔한 위로가 되었습니다. 마침 그 기간에 요한계시록을 읽으며 천국간 성도들에게 흰옷을 입히신다는 말씀을 읽으며 은혜가 더했습니다. 블러드루트가 자신의 진액을 통해 생명의 줄기를 내고, 깨끗하고 청명한 하얀 꽃잎과 노란 술을 내는 것을 보면서 예수님의 피로 우리가 눈과 같이 희어질 것을 바라보았습니다. 갑판까지 올라왔다 친구들을 구하러 다시 내려간 온유양이 생각났습니다. 순백한 블러드루트처럼 먼저 간 온유양과 이름 모를 친구들이 이젠 더이상 욕심도 없고, 슬픔도 없고, 미움도, 시기도 없는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맑고 깨끗한 예쁜 천국의 꽃들로 살아가길 간절히 기도합니다.(*)